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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 신을 욕망한 인간의 사랑

신부가 피를 마셨다박쥐를 처음 봤을 때, 이상하게 웃음이 났다. 이건 분명 공포 영화인데, 동시에 너무 인간적이었다. 신부가 피를 마시고, 연애를 하고, 욕망에 휩쓸린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게 이해됐다. 신앙이란 게 결국 인간의 욕망 위에 세워진 거니까. 이 영화는 그걸 아주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피와 성욕, 구원과 죄악이 같은 화면 안에서 섞인다. 처음엔 불편했는데, 나중엔 그게 진짜 ‘인간’ 같았다. 주인공 상현(송강호)은 ‘에마누엘 신부’다. 죽어가는 환자를 위해 자원해 실험 백신을 맞았다가, 뜻밖에도 살아남는다. 하지만 그건 기적이 아니라 저주였다. 피를 마셔야만 생존할 수 있는 ‘吸血(흡혈)’의 병. 신부로서 가장 금지된 욕망을 안고 살아야 한다. 그때부터 그의 신앙은 ..

카테고리 없음 2025.11.10

곡성 — 신을 오해한 인간들

누가 악마인가, 누가 신인가곡성을 다시 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먹먹하다. 처음 볼 땐 그냥 무서운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두 번째부터는 점점 슬퍼진다. 귀신보다 무서운 건, 사람의 ‘의심’이었다. 이 영화는 누가 악이고 누가 선인지를 끝까지 알려주지 않는다. 그 모호함이 너무 현실 같았다.경찰 종구(곽도원)는 평범한 아버지다. 밤낮으로 사건을 쫓지만, 늘 지쳐 있다. 그의 마을에 이상한 병이 퍼지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이유 없이 미쳐가고, 가족을 공격한다. 모두가 한 사람을 의심한다 — 산속의 일본인(쿠니무라 준).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카메라로 사람을 찍는다. 시체 곁에서 고기 썰 듯 동물을 다루는 그 장면. 누구라도 무섭지 않겠나. 그런데 영화는 그게 전부가 아니라고 말한다. ‘진짜 악은 그를 믿..

카테고리 없음 2025.11.07

사바하 — 신은 언제나 인간의 틈에서 태어난다

이상하게 조용한 영화, 그런데 무서웠다사바하를 처음 봤을 때, 이게 공포 영화인지 종교 영화인지 헷갈렸다. 빛이 밝은데도, 공기가 너무 차가웠다. 그 특유의 ‘조용한 불안’이 영화 전반을 지배한다. 사람들이 말을 많이 하지 않는데, 그 침묵 사이사이로 묘한 기운이 흐른다. 나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보다 두 번째 볼 때가 더 무서웠다. 내용을 알고 나니까, ‘이건 신앙의 이야기라기보다 인간의 이야기’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처음엔 단순히 이상한 종교를 다루는 스릴러처럼 보인다. 하지만 곧 깨닫게 된다. 이건 악이나 귀신의 얘기가 아니라, ‘신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누군가가 신을 믿기 시작할 때, 그 믿음이 어떻게 폭력으로 변하고, 어떻게 사람을 삼켜버리는지를 보여주는 영화. 그래서 사바..

카테고리 없음 2025.11.06

검은 사제들 — 신이 침묵할 때, 믿음은 어디로 가는가

이상한 돼지, 그리고 시작된 불길한 이야기검은 사제들은 이상한 영화다. 시작부터 ‘돼지’가 등장한다. 교통체증이 심한 도심 한가운데, 갑자기 검은 돼지가 튀어나온다. 그건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뭔가를 ‘운반하는 그릇’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것이 악령의 통로였다. 그때부터 영화의 공기가 바뀐다. 이건 귀신이 나오는 호러가 아니라, ‘악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걸 느꼈다.영화 속 김신부(김윤석)는 바티칸에서 승인받지 않은 ‘비공식 퇴마 의식’을 진행 중이다. 교단에서는 위험하다고 말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는다. 그 이유가 있다. 몇 년 전, 그가 맡았던 ‘마르코’라는 소년이 퇴마 도중 죽었기 때문이다. 김신부는 그 사건을 스스로의 죄로 여긴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어떤 대가를 ..

카테고리 없음 2025.11.04

더 위치 — 신앙의 틀 밖으로 걸어 나온 첫 번째 인간

조용한 영화, 그런데 묘하게 불안했다더 위치를 처음 봤을 때 나는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지루했다. 요즘 공포영화처럼 갑자기 ‘꽝’ 소리 나지도 않고, 귀신이 튀어나오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한참 뒤에야 그 공포가 밀려왔다. 마치 조용히 있다가 밤에 문득 생각나는 악몽처럼. 영화는 어둡고 침착하다. 대사는 거의 없고, 인물들은 늘 기도한다. 그런데 그 기도가 점점 두려움으로 바뀐다. 처음엔 신에게 도움을 청하던 목소리가, 나중엔 신을 원망하는 울음으로 바뀐다. 그 소리가 너무 낯설었다. 기도가 이렇게 절망적으로 들릴 수도 있구나 싶었다.배경은 17세기 청교도 시대. 신의 뜻을 어기면 죄, 죄를 짓는 건 곧 지옥. 그 단순한 체계 안에서 한 가족이 교회에서 쫓겨난다. 이유는..

카테고리 없음 2025.10.31

미드소마 — 햇빛 아래에서 벌어진 가장 잔인한 제사

이상하게 눈이 부신 공포미드소마를 처음 봤을 땐 이상했다. 공포 영화인데, 어둡지가 않다. 모든 게 환하게 빛나고, 사람들은 흰옷을 입고, 꽃이 피고, 새가 운다. 그런데 그 안에서 나는 이상하게 불안했다. 너무 평화로운 게 오히려 섬뜩했다. 햇빛이 내리쬐는데도, 그 빛이 따뜻하지가 않다. 영화가 끝날 때쯤엔 ‘밝음도 사람을 미치게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게 나도 한동안 여름만 되면 이 영화가 떠오른다. 햇살 좋은 날에 외출하다가 갑자기 기분이 이상해질 때가 있다. 햇빛이 너무 강하면 그림자가 사라지잖아. 그 순간, 뭔가 나 자신이 없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게 딱 미드소마 같다. 공포는 어둠이 아니라, 모든 걸 너무 똑똑히 볼 수 있을 때 생긴다.이별, 불행, 그리고 신앙의 대체..

카테고리 없음 2025.10.30

사일런트 힐 — 안개 속에서 길을 잃은 건 결국 우리였을지도

안개, 그 이상한 감정사일런트 힐을 다시 봤다. 예전에 봤을 때는 그냥 괴물 나오는 공포 영화로만 기억했는데, 이번엔 좀 달랐다. 영화보다 그 공기, 그 안개가 더 오래 남았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숨 막히는 것도 아닌데 계속 눌려 있는 느낌. 그 도시의 소리도 이상하다. 종소리가 멀리서 울리는데, 공간이 무한히 늘어나는 것 같달까. 가끔 현실에서도 그런 순간이 있다. 아무 일도 없는데 갑자기 공기가 이상하게 바뀌는 때. 그때마다 나는 이 영화 생각이 난다.무속에서 안개는 경계라고 한다. 살아 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의 경계, 현실과 비현실의 틈. 그 말이 진짜인 것 같다. 사일런트 힐은 귀신보다 그 ‘틈’ 자체가 더 무섭다. 주인공이 딸을 찾으러 들어가지만, 보다 보면 그게 딸 때문인지 자기 자신 때..

카테고리 없음 2025.10.29

타자의 그림자 — ‘곡성’의 오컬트적 불안

타자의 그림자 — ‘곡성’의 오컬트적 불안영화 의 공포는 귀신보다 인간에게서 비롯된다. 이 작품이 탁월한 이유는, 초자연적 현상을 통해 인간의 불안을 해부하기 때문이다. 낯선 외지인, 알 수 없는 병, 무너지는 공동체. 이 모든 것은 한국적 오컬트의 핵심 구조인 ‘타자에 대한 공포’를 시각화한다. 나는 이 영화를 볼 때마다, 무속신앙에서 말하는 “신의 부재가 만든 혼돈의 시간”을 떠올린다. 신은 침묵하고, 인간은 불안을 신의 형상으로 바꾸어 숭배한다.외지인(쿠니무라 준)은 영화 속에서 끊임없이 ‘해석되지 않는 존재’로 남는다. 그는 귀신이면서 인간이고, 피해자이면서 가해자다. 그 애매함이 바로 이 영화의 오컬트적 불안을 만든다. 무속에서는 이런 존재를 ‘경계의 신(神)’이라 부른다. 신과 마귀의 구분이 ..

카테고리 없음 2025.10.29

십자가와 연금술 — ‘콘스탄틴’의 오컬트적 장치들

십자가와 연금술 — ‘콘스탄틴’의 오컬트적 장치들영화 은 표면적으로는 악마 퇴치물처럼 보이지만, 그 밑에는 복잡한 오컬트 장치가 깔려 있다. 나는 이 작품을 볼 때마다 서양의 ‘기독교 신앙’과 ‘연금술적 세계관’이 한 인물 안에서 충돌하고 융합되는 과정을 느낀다. 콘스탄틴이 사용하는 십자가, 성수, 부적, 라틴어 주문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빛과 어둠의 경계를 통제하려는 인간의 상징적 기술이다.연금술은 물질을 변화시키려는 학문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인간의 영혼을 정화시키는 철학이다. 콘스탄틴의 장비들은 그 철학을 영화적 이미지로 구현한다. 은제 십자가는 금속의 ‘정화’를, 성수는 불순의 ‘정화’를 의미한다. 그리고 그가 사용하는 라틴어 주문은 음의 진동으로 의식을 전환하는 ‘언어의 연금술’이다. 이러한 ..

카테고리 없음 2025.10.28

묘혈의 비밀 — ‘파묘’가 열어젖힌 금기의 지리학

묘혈의 비밀 — ‘파묘’가 열어젖힌 금기의 지리학영화 는 단순한 공포물이 아니라, 한국적 풍수 개념을 정면으로 다룬 드문 오컬트 영화다. ‘묘를 파는 행위’는 단순한 도굴이 아닌, 생기(生氣)의 순환을 끊는 의례적 파괴다. 풍수학에서 묘는 땅의 혈(穴)과 기운이 모이는 핵심점으로, 조상과 자손의 운명을 잇는 관문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그 자리를 건드린다는 것은 곧 신의 질서를 어기는 행위이며, 땅의 기억에 도전하는 일이다.무속신앙의 관점에서 보자면 는 인간이 신령의 영역에 발을 들이는 서사다. 영화 속 풍수사와 무당은 각각 이성적 분석과 직관적 영감의 극단을 대표한다. 두 인물이 협력하는 순간, 땅의 ‘영적 질서’가 흔들리고, 생과 사의 경계가 열리기 시작한다. 나는 이 설정이 한국 오컬트 영화 중에서도..

카테고리 없음 2025.10.28